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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본 한옥

평당 얼마예요???

한옥짓는 목수 | 2013.06.04 23:10 | 조회 5025

한옥을 짓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아오면서 한옥과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그 질문 중 가장 많은 것이

"한옥 지으려면 평당 얼마나 하나요?"라는 것입니다.

 

근대화 이전까지 철저히 주문생산방식이었던 건축은 일제강점기이후 그 양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이른바 "시장에서 소비되는 상품"으로서의 집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920년대 이후 서울의 북촌에 지어진 한옥들이 대부분 이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일명 "집장사집"이라 불리었죠.

이제 집을 짓기위해 터를 잡고 재료를 준비하고 일꾼들 식사와 새참을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전문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지어진 완성된 집을 사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는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음을 의미하고 한 나라의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건축시장의 형성과 발달은 건축재료의 시장에도 막강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규격화된 재료가 대량생산되고 그에 따른 가격이 공개되고 이를 통해 건축비의 산출이 매우 용이해졌죠.

따라서 건축소비자들은 자신들의 경제 규모에 맞춰 쉽게 건축물의 면적과 마감방식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시대는 한옥건축에도 일반 건축물과 같은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이 빠져있습니다.

바로 "공간"의 개념입니다.

이제 집을 단순히 재료와 인건비의 수준으로 생각하게끔 되어버린 시대,

만들어진 기성품을 구입만 하면 되는 이 시대에 바야흐르 현대인에게는 <공간의 구성과 질서>에 대한 사고능력이 소거되어버린 것입니다.

 

기실 서구에서 <공간>의 개념이 등장한 시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건축의 3요소를 <구조>, <기능>, <미>라 규정한 비트루비우스(Marcus Vitruvius Pollio) 의 건축 논의는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도 강력한 힘을 발휘했습니다.

전후 폐허를 복구하고 나선 유럽의 건축가들이 이 시기에 비로소 <공간>의 문제를 들고 나선 것이죠.

소위 근대 건축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 , 르 꼬르뷔제(Le Corbusier) 등의 건축가들이 바로 그들입니다.

 

그러나 동양은 그 양상이 서양과 사뭇 다릅니다.

일찍부터 자연환경의 <공간>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파악한 동양인들은  <건축적 공간>역시 매우 중요하게 다뤄왔습니다.

그들에게 공간은 마치 <그릇>과 같은 것으로서 <<쓸모있는 비움>>의 철학을 담고 있었고,

그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그 질서를 부여할 것인지를 수 천 년 동안 고민해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건물과 건물의 배치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건물안에서 구성되는 모든 공간에도 나름의 이유와 질서를 획득하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를 "풍수"를 통해 확인하고 있는 것이죠.


 

한옥이든 한옥이 아니든 건축을 위해서는 크게 두가지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설계와 시공...

이 중에서 설계는 공간을 조직하고 질서를 부여하는 지적 작업이라 할 수 있죠.

그리고 이 조직된 공간을 통해 바로 <삶이 조직>됩니다.

재료가 직접적으로 인간의 삶을 조직해주지는 못한다는 말이죠.

물론 이 설계를 통해서 건축비가 평당 얼마가 될지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집을 짓고자 하는 이는 평당 얼마냐는 것보다

나에게 좋은, 내가 좋아하는 공간이 어디(터)이고,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야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나는 아직 <평당 얼마인가>보다 <공간>에 대한 고민을 먼저하는 건축주를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집을 상품으로 인식하는 이 시대의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혹 드물지만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건축주가 있을 때에 이번에는 제대로 된 상담을 해주는 한옥업자를 만나본 적도 없습니다.

격에 맞지도 않는 형식으로 무조건 크게 , 화려하게,

그 형식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의 집만 지어대는 업자들이 득세하고 있죠.

그 건축주에 그 업자입니다.

건축주의 수준이 업자의 수준을 결정하는 법입니다.

 

 

 

 

-木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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